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미술이야기

미술이야기 - 수렵도

미술이야기 총 36 건
2011.01.18 00:35:54

 EMBfff9395f0002.jpg

 <고구려 5세기 경 중국 지린성 지안현 무용총 주실 서벽>

고구려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땅속에 그냥 묻어 버리지 않고 무덤 속에 넣은 후, 무덤의 벽면과 천장에 그림을 그렸다. 무덤 속에 그렸다고 해서 ‘고분벽화(古墳壁畵)’라고 한다. 물론 일반 평민의 경우는 아니고 왕이나 귀족들의 경우에 평소 살던 집의 모양을 본떠서 죽어서도 영혼이 살아가는 집으로 꾸며 놓았다.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귀영화를 계속해서 누리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는 고구려 사람들이 살던 집, 옷, 그릇 같은 것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 고구려 시대를 이해 할 수 있다. 마치 고구려 사람들의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놓은 오늘날의 타입캡슐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활 잘 쏘던 주몽의 후예-

〈수렵도〉는 고구려 고분 벽화 중에서도 가장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이다. 사냥을 하는 긴박함이 느껴진다. 먼저 깊은 산 속에서 말을 탄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향해 활을 겨누고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말들과 사냥개 그리고 사냥감인 사슴과 호랑이들의 다리를 한번 보자. 네 개의 다리를 쫙쫙 벌리고 있는 모습과 호랑이의 혀를 내밀고 있는 벌린 입에서 다급하게 달리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백제나 신라에 비해 고구려는 산악지형이 많은 곳이었기에 사냥으로 식량을 충당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며 종영된 모 방송사의 ‘주몽’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고구려를 세운 주몽도 활쏘기의 명수였다고 하니 고구려 고분벽화가 그 사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의문스러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화면 맨 위의 사냥꾼을 보면 앞으로 달리면서 몸은 뒤를 향해서 반대쪽으로 달리고 있는 사슴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주몽처럼 활쏘기의 명수라면 이 곡예와 같은 사냥이 실제로 가능한 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사냥꾼들의 활을 한번 살펴보자. 사냥을 한다면서 활 끝이 뾰족하지 않다. 이런 활로 호랑이와 사슴을 잡을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이 활은 ‘효시(嚆矢)’라고 하는 활로 실제로 사냥에 사용되었던 활이다. 우리 선조들은 장난감처럼 생긴 이 활로 사냥감들의 가죽을 상처내지 않고 사냥을 한 것이다.

화면 중앙과 우측의 파도무늬처럼 그려진 산의 모습을 한번 보자.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 보다, 때론 사냥감인 사슴들보다도 작게 그려져 있다. 화면 우측의 산은 나무보다도 작게 그려져 있다. 실제로 산이 가장 큰데도 〈수렵도〉에서는 반대로 그려져 있다. 또한, 우리가 실제로 눈으로 보아 알 수 있는 산의 모습으로 그려졌다기보다는 단순하게 도안화된 형상으로 그려졌다. 당시에는 산보다 사슴과 같은 사냥감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중국 땅의 조우관을 쓴 우리 선조들의 모습-

〈수렵도〉의 사람들의 얼굴모습과 복식을 보면 고구려가 기마민족이었다는 것을 대변하듯 바지, 저고리 차림이 꽤나 활동적으로 보인다. 지금의 한복과는 다르게 상의가 길고 하의도 치마대신에 바지를 입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특이한 것은 사냥꾼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를 보면 새의 깃털장식이 있는 ‘조우관(鳥羽冠)’이다. 우리 민족의 모습을 대변하는 이 깃털모자는 고구려 땅을 떠나 중국을 지나 실크로드를 지나는 길목에서도 그 모습이 간간히 확인된다. 〈장회태자묘〉에서 사신으로 먼 길을 떠난 우리 선조들의 얼굴과 복장, 그리고 깃털장식 모자를 확인할 때 우리는 새삼 중원대륙을 달리고 있었던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고구려 고분벽화는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동북공정(東北工程)’프로젝트 하에 고구려를 자국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의도 속에 2004년 7월 1일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나란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발췌>
명화로 보는 논술 <고구려 고분벽화-수렵도>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경희대 강사

IP *.97.10.107